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드라마 안나: 죽지 않는 아이들 후기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24. 5. 3.

드라마 안나: 죽지 않는 아이들 후기

 

 

하지만 이렇게 칭찬하면서도 정작 필자는 이 드라마를 완주하지 못했다. 6부작밖에 되지 않음에도, 무려 2번이나 중간에 탈주했다. 그대로 마지막화까지 보지도 못했다. 필자는 아무리 명작이라고 칭송받는 작품이라도 이유불문 맘에 안 들고 느낌도 안 생기면 그냥 중간에 나가서 다신 돌아오지 않는다. 그런데 이 작품은 전술한 세계관에 그야말로 홀렸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빠져들어, 한 번 하차했음에도 다시 재시청을 했다. 그러나 압도적인 영상미와 세계관만으로는 6부작이나 진행되는 지루한 스토리를 견디기에는 부족했나보다.

이 드라마는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영상미를 빼면 그야말로 시체나 다름없는 작품이다. 모든 등장인물은 어떠한 개성도 매력도, 스토리에 있어 큰 존재 의의도 없이 그저 잠시 얼굴만 비추고 사라지는 일회용 도구로만 전락한다.(마트의 쌍둥이 형제, 남주인공 피에트로, 자웅동체 카티아 등) 메인 빌런 '안젤리카' 빼고 말이다. 얼굴에 하얀 물감을 떡칠한 채, 어른들이 입는 옷을 입으며 아이들을 거느리는 여왕벌 안젤리카는 충분히 매력적인 빌런이다. 그러나 드라마를 그나마 멱살 잡고 캐리하던 안젤리카가 메인 빌런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빠르게 퇴장하며 작품은 순식간에 김 빠진 콜라가 된다.

그리고 작품 전개에서 뺐어도 무방했을 이야기들이 진짜 엄청 난무한다. 작품 내에서 등장하는 대다수의 사건사고와 과거 서사들은 모조리 '사족'이다. 주인공에게 고난이 생긴다면 그를 통해 주인공이나 주변 인물이 변화하는 모습이 보여야 하고, 특정 인물의 과거 서사를 보여줄 거면 그 서사를 통해 해당 인물의 특징이 설명되어야만 한다. 하지만 이 드라마 속 고난은 주인공 안나한테 아무런 변화도 일으키지 않으며 단지 그녀를 잠시 괴롭히고 마는 데에만 그치고, 인물들의 '안물안궁' 과거 서사는 현재 스토리와 전혀 연결되지 않고 따로 논다. 특히 남자 주인공 '피에트로'의 과거 이야기는 현재 피에트로의 어떤 언행이나 성격도 설명해주지 못하고 있다. 이런 맥락도 존재 의미도 없는 장면들이 한둘도 아니고 거의 한 화의 절반은 걸치며 나오니 작품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루즈해진다. 만약 이 작품에서 필요없다고 판단되는 장면들을 모조리 소거하고 나면 드라마는 많아봐야 2화만에 끝날 것이다.

재료가 아무리 고급이라도 셰프 실력이 엉망이면 요리는 망한다는 걸 여실히 보여준 작품이라 생각한다. 독창적인 세계관이 아깝게, 드라마는 국내에서는 나무위키 문서도 없을 정도로 인지도가 없으며 (아무리 영어로 구글링을 해도 정보가 많이 나오지 않는 걸로 보아) 외국에서도 그리 화제가 되진 못한 모양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 보여준 세계관의 매력만큼은 아직까지도 질리지 않을 정도로 독보적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아쉬운 작품.

 

 

<안나:죽지않는 아이들="">, <크리머리:라스트 맨="">

코로나가 전세계를 휩쓸고 난 후 사람들은 영화에서나 볼법한 바이러스의 무서움의 직접 체감하였습니다. 그 결과 TV 제작자들은 여느 때보다 바이러스/재난물에 대한 접근이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었는데요, 그래서 요즘 재난물들은 노선을 달리한달까. 이전에는 브래드 피트 주연의 영화 <월드 워="" z="">처럼 바이러스의 유행과 생존을 위한 긴박한 전개, 스릴러물로서 궤도를 같이 했다면 이제는 <스위트 투스="">나 <스테이션 일레븐="">처럼 바이러스가 퍼진 이후의 절망적인 세상에서 남겨진 사람들에 초점을 맞추게 됩니다. 암담한 종말 이후에도 무엇이 그들을 살게 하는가에 대한 깊은 철학을 전달하게 됩니다. 오늘 소개하는 세 편의 드라마 역시 아이만 남았거나 여성만 남는 등 각기 다른 절망적인 세상에서 생존과 삶을 동시에 그리게 됩니다. 세 드라마 모두 장르가 각기 달라 취향껏 골라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어른은 죽고 아이들만 살아남은 세상 <안나: 죽지="" 않는="" 아이들(anna,="" 2021)="">

<안나 :="" 죽지="" 않는="" 아이들="">은 왓챠에서 확인해보실 수 있습니다.

 
 
 

2015년 출간된 동명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소재로 한 이탈리아 드라마입니다. (총 6부작) 각본과 연출에 원작자 니콜로 암만티가 참여하였습니다. 국내에서는 왓챠에서 독점 공개, 왓챠에서 확인해보실 수 있습니다. 위에서도 말했다시피 비교적 최근에 부터, , <스테이션 일레븐="">, <스위트 투스="">등...전염병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인류의 재난을 소재로 한 드라마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이 드라마도 그 중 하나구요. <안나:죽지않는 아이들="">은 공교롭게도 촬영을 시작한 지 6개월이 지나서 (2020년 이탈리아) 코로나19 대유행에 직면했었다고. 따라서 극 중 어른들이 기침하다 죽어간다는 게 코로나를 의도한 건 아닐텐데 상황이 상황인지라 매 에피소드 안내 메시지를 첨부한 것 같습니다. 만약 나중에 누군가 대중문화사의 이 시점, 특히 2021년을 돌이켜본다면 드라마를 만드는 데 있어 가상의 전염병에 몰두한 시기로 보지 않을까 엉뚱한 생각도 해봅니다.

일명 홍열(Red Fever)로 알려진 질병이 전 세계를 휩쓸어 모든 성인들이 죽고 맙니다. 비록 어린 아이들은 당장 살아남을 수는 있었지만 나이를 먹고 사춘기가 되면 피부가 붓고, 호흡기 질환과 죽음이 뒤따르게 됩니다. 그러니까 아무도 홍열을 피해갈 수는 없다는 이야기. 드라마는 13살 '안나'가 제 어린 동생을 필사적으로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이야기로, 악명 높은 '푸른 아이들'에 잡힌 동생을 구하기위한 고군분투를 담고 있습니다. 아이만 남은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천진해서 더 잔인해질 수 있는 게 아이들이지 않나...제가 생각했던 것 보다 더 참혹한 이야기를 보여주지 않았나. 미장셴으로 유명한 작품인데 어떤 부분에서는 다큐멘터리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어린 '안나'의 연기는 거의 즉흥적으로 이루어졌다는데 그래서 모든 게 더 현실적으로 보이고 동시에 더 슬프게 다가온 것 같습니다. 넷플릭스의 <스위트 투스=""> 재밌게 보셨던 분들이라면 이 드라마도 그 연장선상에서 보기 좋은 드라마니까요...기회가 되면 왓챠에서 한번 확인해보시길 바랍니다.

내용 & 리뷰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음

 
 
 

어른들만 걸리는 병으로 인해 모든 성인이 죽고 아이들만 남았다. 드라마 속에서는 '홍열'이라고 불렀는데, 몸에 습진 같은 상처가 난 뒤 서서히 죽어가는 병이었다. 왜 어른들만 걸리는 건지 끝까지 밝혀지진 않았다. 아이들이 자라 성인이 되면 면역력이 생기는 게 아니라 역시나 병에 걸려 죽는다는 설정을 갖고 있었다.

안나는 이부형제 아스토르와 함께 살고 있었다. 바이러스가 퍼질 무렵, 안나는 아빠와 도시에서 살고 있었고 엄마는 애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 아스토르와 함께 외진 시골 마을에서 살았다. 바이러스 소식을 들은 엄마는 도시가 위험하니 안나를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가겠다고 아빠에게 통보했고, 안나는 다정한 아빠와 떨어지기 싫었는데도 어쩔 수 없이 엄마를 따라가야 했다. 그리고 그 집에서 처음으로 동생 아스토르와 만나게 되지만, 너무 어렸던 안나는 그를 동생으로 쉽게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이러스는 엄마의 집 근처까지 퍼지게 되어 애인에 이어 엄마 역시 감염되고 말았다. 그때부터 안나는 아스토르를 보살피며 생존해나가는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안나는 5살 정도, 많아봐야 7살 정도로밖에 안 보였는데 이제 막 말을 하려고 하는 갓난쟁이 동생을 돌봐야 한다는 게 너무 버거워 보였다. 안나도 아직 아기인데 더 어린 아기를 보살펴야 하는 현실이 너무 갑갑하게 느껴졌다. 죽어가는 엄마는 안나에게 짐을 지우려고 해서 안나가 가엽기만 했다.

아직 어렸던 안나는 유언과도 같은 엄마의 말을 지키며 몇 년이 지나고도 동생을 잘 보살피며, 위험한 바깥에 나가 먹을 것을 구해오는 생활에 익숙해졌다. 안나는 밖에서 음식을 구하려던 중, 어렸을 때 스치듯 지나간 후 우연히 만난 피에트로와 친구 같은 사이가 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아스토르가 장난을 치다가 집에 불이 나는 바람에 무리를 지어 다니는 아이들에게 들켜 밖으로 끌려가게 된다. 집에 돌아온 안나는 동생이 사라진 걸 알고 피에트로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그는 위험한 일을 하려고 하지 않았다. 결국 안나 혼자 동생을 찾기 위해 돌아다녀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 과정에서 '파란 아이들'이라 불리는 집단이 아스토르를 데리고 갔다는 사실을 알고 안나는 우여곡절 끝에 그 집단에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그곳의 여왕벌이나 다름없는 안젤리카가 안나와 아스토르를 놓아주려 하지 않았기에 도망을 치다가 안나는 뱀에게 물리고 만다. 하필이면 독사에게 물리는 바람에 안나의 손이 퉁퉁 부어가기 시작했는데, 안젤리카는 치료를 할 방법을 찾기 보다 자르는 선택을 했다.

안젤리카와 그녀를 따르는 아이들의 요새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건들이 얼마나 끔찍했는지 모른다. 어른에게서 기본적인 선악을 배우지 못하고, 오로지 악한 안젤리카의 뜻을 따르는 아이들은 어떤 행동이 잘못됐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무지에서 비롯된 순수한 악이 너무나 모순적으로 느껴졌다. 심지어 안나의 동생 아스토르마저 물들어가는 것 같아 절망스럽기만 했다.

그러나 다행히 아스토르는 누나가 자신을 얼마나 아끼고 보살펴줬는지 뒤늦게 깨달아 함께 도망치려고 애를 썼다.

이런저런 사건 끝에 안나는 안젤리카를 죽이고 밖으로 나오게 되지만 아스토르 역시 혼자 밖으로 나간 바람에 서로 헤어지고 만다. 드라마의 후반은 그렇게 두 아이의 각자 모습을 보여주며 서로 다시 만나기 위한 과정으로 흘러갔다. 그리고 갑자기 거대한 화물선을 만나 희망적인 결말로 끝이 났다.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소재로 하고 있고, 아이들만 살아남았다는 설정이 독특해서 보게 됐지만, 그다지 특별할 게 없는 드라마였다. 더러는 윌리엄 골딩의 <파리 대왕="">을 언급하기도 하던데, 비교하기엔 조금 허술한 드라마였다. 안나와 아스토르를 중심으로 피에트로, 안젤리카, 카티아 개개인의 과거를 보여주기도 했으나 현재와의 연결성이 그리 깊지 않아서 과거 에피소드 역시 그저 그랬다.

드라마가 애매해서 원작인 소설이 궁금한데, 국내엔 출판되지 않아 비교는 할 수 없을 것 같다.